문 대통령은 최근 일본 수출 규제에 3가지 대응 방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대응하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으니 경제 논리로 대응하고 피해 우려 기업들을 적극 만나 소통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관련 부품 산업의 국산화에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이런 지침에 따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국내 주요 5대(삼성·현대차·SK·LG·롯데) 그룹 총수를 만나 어려움을 듣고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동안 기업 총수와의 만남은 부담스러워 꺼려왔으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문 대통령까지 나설 만큼 경제·외교적 파장이 작지 않아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전방위적으로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 방안들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날 외교적 방안 등을 내놓았으나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만찬에 참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한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또 김상조 정책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최근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 임원진을 접촉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5대 기업 총수 면담을 추진 중이다. 홍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5대 그룹 총수를) 못 만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각 단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매일 하며 많은 의견을 모으고 방안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협약에 기초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위반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기로 했다. WTO 제소 결정은 이 조치의 일환이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도 피해를 본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펼 계획이다.

이날 열린 민관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도 일본 조치 대응책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도 거들었다. 김 실장은 이날 취임 인사차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예방해 “국익을 지키기 위한 길에 정부, 재계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그는 “정부가 부족하고 미숙한 부분이 있다고 느끼더라도 힘을 실어주면 일본과의 문제를 조속히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우리의 큰 목표는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해 민생, 시장, 안보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품목들에 대한 일본의 수출통관이 한 달 이상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 국가’(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는 우대국가) 대상이 아닌 중국은 그동안 일본에서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 건별로 수출 심사 허가를 받아왔는데 통상 수출계약에 한 달에서 한 달 반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당국이 전날부터 수출허가 심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각도로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며,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고 대체 공급선을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